저는 20여년간 방송국 , 포스트 프로덕션 ,제작 프로덕션을 다니면서 다양한 영상 작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지금은 개인 프로덕션에 대표를 역임하면서 오늘도 영상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제 경험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기쁨 마음으로 스토리텔링 기반 홍보 영상 기획 및 제작 실무 가이드 글을 작성하겠습니다.
다양한 작업 중에 수많은 기업과 공공기관의 홍보 영상 프로젝트를 기획하다 보면, 클라이언트 미팅에서 가장 흔하게 듣는 요구사항이 있습니다.
"우리 회사가 언제 설립되었고, 어떤 상을 받았고, 이번에 도입한 기술의 장점이 무엇인지 영상 하나에 다 넣어주세요."
담당자 입장에서는 한정된 예산으로 제작하는 영상에 최대한 많은 정보를 담고 싶은 것이 당연합니다. 저 역시 실무 초기에는 그 요구를 모두 수용하려다 3분짜리 영상에 백과사전 같은 방대한 정보를 욱여넣었던 뼈아픈 경험이 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시청자들은 영상이 시작된 지 10초 만에 이탈했고, 누구의 기억에도 남지 않는 뻔한 홍보물이 되고 말았습니다.
오늘은 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지루한 정보 나열식 기획을 벗어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스토리텔링 기획'의 기본 원칙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 팩트 나열식 영상이 시청자에게 외면받는 이유
사람의 뇌는 단순히 나열된 숫자나 팩트를 기억하는 데 취약합니다. "1950년에 설립되어 연 매출 100억을 달성했습니다"라는 정보는 문서로 읽을 때는 훌륭해 보이지만, 영상이라는 매체에서는 시각적 피로도만 높일 뿐입니다.
시청자는 영상을 볼 때 공부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흥미로운 '이야기'를 기대합니다.
단순히 "우리 제품이 제일 좋습니다", "우리 기관의 지원 제도가 훌륭합니다"라고 외치는 영상은 일방적인 광고로 인식되어 거부감을 일으킵니다.
시청자가 영상 끝까지 몰입하게 만들려면, 팩트를 나열하는 대신 그 팩트들을 하나의 맥락으로 연결하는 '서사(Narrative)'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2. 연혁과 성과를 스토리로 바꾸는 마법, '사람'
그렇다면 딱딱한 기업의 연혁이나 공공기관의 복잡한 사업 내용을 어떻게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낼 수 있을까요? 제가 현장에서 가장 효과를 보았던 방법은 바로 '사람'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수십 년 된 기업의 역사를 조명할 때 연도별로 일어난 사건을 자막으로 띄우는 대신, 그 긴 시간을 현장에서 묵묵히 버텨낸 '오랜 직원'의 시선이나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보세요.
또한, 복잡한 재개발 이주 지원 절차를 안내하는 공공 영상이라면, 딱딱한 행정 용어 대신 실제 이주를 앞둔 '주민의 고민'에서 시작하여 제도를 통해 안심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인터뷰 형식의 스토리가 훨씬 시청자에게 쉽게 다가가기 쉽습니다.
정보의 주체를 '기관/기업'에서 '사람'으로 바꾸는 순간, 시청자는 주인공에게 감정을 이입하게 되고 영상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자연스럽게 스며듭니다.
3. 핵심 메시지는 단 하나만 남겨라 (선택과 집중)
스토리텔링 기획에서 범하기 쉬운 또 다른 실수는 스토리를 무리하게 확장하다가 진짜 전달해야 할 핵심 정보를 놓치는 것입니다. 감동적인 이야기에 심취해 정작 시청자가 알아야 할 콜투액션(Call to Action, 예: 홈페이지 방문, 지원금 신청 등)이 희미해져서는 안 됩니다.
실전 기획 팁: 기획안을 작성하기 전, 포스트잇 한 장에 '이 영상을 보고 난 시청자가 딱 한 줄로 기억해야 할 문장'을 적어보세요. "이 기업은 위기를 극복하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곳이구나", 혹은 "이 지원 제도를 활용하면 내 생활이 이렇게 편해지겠구나"처럼 명확한 목표 한 가지를 설정해야 합니다. 기획 단계에서 덧붙여진 수많은 아이디어 중 이 핵심 메시지에 부합하지 않는 내용은 과감히 가지치기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주의사항 및 한계
스토리텔링이 만능열쇠는 아닙니다. 만약 위급한 재난 대피 안내 영상이나, 정확한 기기 조작법을 알려주는 매뉴얼 영상이라면 스토리보다 직관적이고 정확한 정보 전달이 최우선되어야 합니다. 영상의 목적과 타겟 시청자의 니즈를 명확히 파악한 후, 감성을 자극할 것인지 이성에 호소할 것인지 기획의 톤앤매너를 결정하시길 권장합니다. 처음부터 완벽한 스토리를 짜려고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뼈대를 잡고 살을 붙여나가는 과정 속에서 좋은 기획안이 탄생합니다.
[핵심 요약 정리]
단순한 정보와 팩트 나열은 시청자의 이탈을 유발하며, 하나의 맥락을 가진 '스토리'로 재가공해야 합니다.
기업이나 기관의 입장이 아닌, '사람(직원, 고객, 시민)'을 화자로 내세울 때 시청자의 공감과 몰입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전달하고자 하는 수많은 정보 중 단 하나의 '핵심 메시지'를 설정하고, 나머지는 과감히 덜어내는 선택과 집중이 필수입니다.
[다음 편 예고] 기획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면 이제 첫 단추를 꿰어야 할 차례입니다. 이어지는 2편에서는 <타겟 시청자를 사로잡는 영상 콘셉트와 메시지 도출법>을 통해,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아이디어를 문서화하는 구체적인 실무 스킬을 알아보겠습니다.
여러분이 지금까지 보았던 광고나 홍보 영상 중, 내용이 기억에 남을 정도로 스토리가 인상 깊었던 영상이 있다면 무엇이었나요? 댓글로 여러분의 경험을 남겨주시면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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